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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에 대한 소회 혹은 십계명

시시콜콜한 잿빛 수기

by 기록작성자 2023. 11. 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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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불안장애에 대한 소회

'작성자 본인'은 우울증, 공황장애를 오랫동안 앓아왔다.
정확히 본인을 이루는 병명은 범불안장애이며 대략 16년 정도의 장기치료를 받고 있다.
이 불안장애의 범주 안에는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등이 들어가고 우울증 등의 합병이 있을 수 있더라. 
(전문가가 아니라 무슨 목에 뭐가 속하는지 정확치는 않다.)
최근 그나마 많은 부분에서 우울감을 덜고, 공황발작도 많이 줄어들며 안정세에 접어들며 여태까지 느꼈던 것들을 메모장에 정리해 놓곤 했다.
 
'본인 스스로도 구하지 못한 장기간의 환자'가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써서 보여준다는 게 우습고 하찮아 보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작성자 본인'은 하지 못해 후회 되었던 상황, 아쉬웠던 마음을 담아 약소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보시기에 부족하더라도 양해해 주길 바란다.

 

1. 병원은 빠르게 가라

빨리 진료받고 빨리 치료하는 것이 빠른 완치를 위한 길이다. 대다수의 질환, 질병들은 초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회복세가 좋다.
자기 스스로 돌아봤을 때 전과는 다르다, 이상하다, 우울하다, 불안하다를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느끼고 있다면 빠르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작성자 본인'의 경우 어릴 때만 해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서 첫 증상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처음에는 주변에 알려진 유명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라.

우울증, 불안장애 등은 병원이 가까울수록 좋다. (대중교통 등의 이용이 불편하거나 힘든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진단은 되도록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은 여러 정신과적 질환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또한 공황장애의 몇몇 증상은 메니에르병의 증상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첫 진단을 받거나 교차검증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후 병원의 통원이 불편하지 않다면 그대로 다녀도 된다.
통원이 불편하고 어렵다면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부근으로 옮기되, 기존 차트와 기록을 떼 달라고 하자.
'작성자 본인'은 차트와 기록 없이 병원을 옮겼다가, 몇몇 기억에 없던 부작용이 있는 약들을 다시 먹기도 하였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차트와 기록을 가지고 병원을 옮기는 것이 좋다.
('작성자 본인'은 집 가까이에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과전문의의 병원이 있었다. 이 부분은 본인에게 있어 큰 행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긴 시간을 도움 받으며 버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 될 수 있으면 심리상담, 인지치료 등을 병행해라.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된다.
또한 자신의 속마음 등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어려운 현대사회다.
이런 난제 속에서 심리상담사만큼 온전히 30분에서 1시간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객관화해 주며, 생각을 정리해 주는 사람은 없다.
자신 주변의 친구가 들어준다고? 누가 돈 주고 자기 얘길 하러 가냐고?
그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것은 명확한 한계가 있으며, 단순한 하소연과 공감은 심리상담과 다르다.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부분들을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통해 자신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
좋은 심리 상담사일수록 내담자의 닫힌 마음이 열리길 기다려주며, 내담자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 준다. 

4. 먹어볼 수 있는 약은 모두 먹어봐라. 그리고 복용한 약의 용량과 복용 횟수 등을 적어라.

정신과 약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안 좋은 시선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는 그것을 고정관념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누군가는 그 약을 먹는 사람들을 폄하한다.
그런 말들은 듣지 마라.
스스로 우울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런 증상으로 인해 너무나 괴롭다면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을 복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은 사람을 둔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둔감해지게 만들어 증상들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과부하가 걸린 생각회로에 생각을 덜 보내는 형식이다. 멍해지거나 늘어지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약을 복용 시 부작용으로 인해 두통, 복통, 구역감, 불면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작성자 본인'은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많고 예민해서 다양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기록해두지  않았다가 차트 없이 병원을 옮기고 난 후, 해당 약에 대한 내 부작용 등을 알 수 없으니 곤란한 경우가 생겼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고 이 약을 먹으면 자신이 어떤 것 같고, 기분이 어떻고 자세히 적어두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자신이 약에 의해 늘어지고 무뎌질수록 자신이 느끼는 증상과 감정, 생각들, 혹은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잘 적어서 관리하고 필요시 의사에게 보여주자. 
정신과 약 복용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지는 말자.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된다.
복용량과 복용방법은 의사와 약사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

5. 정신력, 의지력 탓이 아니다.

흔히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정신력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말자. 그들이 내 앞에서 정신력 타령을 한다면 그냥 '네, 네.' 라고 대답하며 씨익 웃어주고 끝내자.
그들은 본인들이 직접 경험해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으며 무지할 뿐이다.
그들의 무지를 그냥 웃어넘기는 것으로 끝내라.
'작성자 본인'은 그들에게 '암에 걸리셔도 정신력으로 이겨내실 수 있겠네요' 등의 말로 쏘아붙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되바라졌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속 시원하게 할 말 다 했다는 양면적인 감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6. 회피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회피는 사람들의 말처럼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해야 하는 일조차 피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물론 문제가 맞다.
허나 지금 그 일을 당장 해결할 수 없고 힘에 부칠 때가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일단은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자세를 갖추기 위해
회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또한 부딪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부딪혀 해결하는 것이 맞다.
때때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회피라는 수단이 필요할 뿐,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회피하는 삶은 명백하게 잘못되었다.

7. TV나 매체에서 하는 말은 일단 들어놔서 나쁠 것은 없다.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우울증에 좋다는 음식, 운동법, 스트레칭, 책, 조언 등등. 들어놔서 나쁠 건 없다.
다만 그건 내가 이행하거나 마음에 와닿았을 때 변화가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자신의 '태도'이다.
그 '마음'과 '태도'가 바뀌었을 때 들어놨던 방법과 수단들은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데 커다란 연료가 된다.

8. 하루의 루틴을 만들어라.

우울감과 약물의 작용 등으로 늘어지거나 주변이 어질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작성자 본인'은 책상이 정신없이 난잡했는데 그런 난잡한 책상 위가 마치 '본인'의 머릿속 같았다.
책상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난잡한 머릿속도 차근차근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치우고, 하루를 이루는 다른 루틴을 만들어서 실행해 보자.
하루의 루틴이 굳어진다면 자신이 늘어지거나 힘들 때도 습관적으로 하게 될 수 있다.
그만큼 건강한 하루 루틴은 몸을 움직이게 하고,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우울감을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9. 취미는 좋은 휴식이 될 수 있다.

생산적인 취미일수록 자기 효능감이 올라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목공이나 수공예 같은 제작하는 취미.
그 이외의 취미도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본인' 같은 경우 청소하는 것과 무언가 적어내고 쓰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는 내 생각과 감정을 적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객관화하려고 노력한다. 
무언가 정신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거나, 화가 날 때, 불편할 때 책상을 닦고 청소기를 밀며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 거린다.
어느 때는 화장실 청소를 하며 '이 청소가 끝나고 나면 내 마음도 이렇게 깨끗하게 닦아지길.'이라는 작은 기대감으로 청소를 하기도 한다.
잘 닦이고 깨끗해진 주변환경을 보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10. 조바심을 갖지 마라.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의 치료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빨리 완치된다 하더라도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 이상은 소요된다.
안달복달하지 말자.
타인의 보폭에 자신을 맞추다가 넘어져서 못 일어난다.
나 자신의 보폭으로 나 자신의 속도를 찾아가자.
포기하지 말자.
우리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종료시점이 어딘지 모르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될지 모른다.
천천히 자신을 조각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완성해 나가자.
 
 

끝으로

위버멘시(Übermensch)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초인'이라고 한다. 
니체가 삶의 목표로 제시한 인간상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긍정할 줄 알아서 고통마저도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기회로 받아들이며, 외부의 힘이나 절대자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해 내는 자를 뜻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고통을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여기며 버텨낸다면,
지금 우리가 헤매고 있는 이 시간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보기
작년, 강릉 아르떼 뮤지엄에서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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