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첼시는 경기 전부터 우려가 많았다.
컵대회 포함 3연승이었지만 첼시는 여전히 마무리에 있어서 불안한 팀이었다.
또한 부상 상황 역시 누군가 복귀하면 누군가 드러눕는 마법 같은 교환비를 보여주고 있으니..
반면 아스날은 맨시티를 잡고 기세가 오른 팀이었고 좋지 않은 흐름도 있었다지만 현재 리그 2위에 위치했었다.
지난 경기와 비교해 이번 경기의 변경점은 브로야가 부상으로 빠졌고, 잭슨 역시 손부상으로 인해 벤치였다는 점.
그로 인해 콜 파머의 폴스나인 기용이 있었고 디사시의 부상으로 콜윌이 왼쪽 센터백으로 이동, 쿠쿠렐라의 왼쪽 풀백 출장과 귀스토의 징계 복귀가 있었다.
첼시 팬들이 어제와 같은 폴스나인에 좋은 기억이 없는 것은 카이 하베르츠가 스쿼드에 있던 시절 내내
폴스나인의 압박과 수비가담, 활동량과는 별개로
공격적 성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못했다는 거지.)
그래서 어제 경기도 그런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싶었다.
막상 이 경기의 뚜껑을 열어보자 첼시의 컨셉은 아주 명확했다.
라인을 올리고 빠르고 강한 압박, 그리고 빠른 템포의 공격전개.
2~3경기 전부터 전술을 단순화하고 밸런스를 일반적으로 돌린 것이 매우 주요했다.
준비해 온 모든 컨셉이 제대로 들어 먹혔고, 전반 볼 점유율에서 아스날이 60~65%로 우위였음에도
아스날은 전반 내내 첼시의 압박에 고전했다.
게다가 전반 15분에 첼시의 PK로 앞서가면서도 첼시는 강력한 압박을 풀지 않았다.
포지션 상관없이 강하게 붙어주고 빠르고 상대를 압박해 볼을 탈환하는 형태였다.
반면 빌드업에서는 무리한 숏패스 빌드업보다 아스날의 압박에 따라 롱볼 플레이도 많았고 중원을 거치지 않는 플레이도 있었다.
파머의 움직임에 따라 갤러거가 움직였으며 갤러거가 강한 압박을 통해 많은 볼탈환을 보여줬다.
실제 풋몹의 MOM은 갤러거로 되어있다. 양 팀 토탈 가장 높은 평점이다.
갤러거는 프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미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압박력과 함께 계속 발전 중이다.
시즌 초반의 3선 갤러거와는 격이 달랐다.
많이 뛰고 많이 움직이며 최대한 상대를 괴롭히고 상대의 공격줄기를 잘라주고.
아스날의 정관을 타이로 단단히 묶어버렸다.
전체적으로 선수들 역시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쿠쿠렐라, 귀스토는 상대의 양 윙어를 모두 잘 제어했고 수비 역시 큰 흔들림 없이 좋은 간격을 유지했다.
스털링 역시 변속 능력으로 첼시의 크랙이 누구인지 잘 보여줬고 무드릭은 신들린 슛터링 혹은 크로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제 경기의 분수령은 후반 76분에 터져버린 로베르트 산체스의 정신 나간 빅미스였다.
전반에도 산체스는 스위퍼 플레이를 하려고 뛰쳐나갔는데 굉장한 판단미스와 타이밍으로 실점 위기까지 나왔다.
이런 정신줄 놓은 빅 미스는 올시즌 내내 발생했었는데 실점으로만 이어지지 않았을 뿐, 큰 실점 위기에 내몰렸었다.
이달의 세이브 상을 수상하던, 선방률이 좋던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로베르트 산체스는 시즌 내내 온갖 미스들을 범했다.
노팅엄 전에서는 상대 선수 등에 스로인을 꽂았고 이긴 경기, 진 경기 상관없이 미스가 존재했다.
어제의 이 미스 하나로 경기 양상이 완전히 뒤집혔고 아스날의 기세와 공세가 확 늘어났다.
경기 내내 지워졌던 사카가 엄청난 크로스를 트로사르에게 배달했으며 교체되어 들어온 트로사르는 골로 연결시켰다.
이 분수령 이전에도 아스날의 다비드 라야의 빅미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파머가 있는데 이것 역시 어제의 파머의 좋았던 경기력과는 별개로 지탄받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라야가 분명 빅 미스 이후 잘 막아낸 건 맞지만 빠른 슈팅으로 골 혹은 시도라도 만들었어야 하는 대목이다. 이후 잭슨에게 찾아왔던 기회도 마찬가지로 골 혹은 슈팅까지 이어졌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경기 종료 후 첼시 커뮤니티 등지에는 산체스와 잭슨에 대한 비난이 많았는데, 그에 대해 그들이 잘했던 일까지 억까하지 말라는 온갖 의견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그들의 플레이에서 이런 정신줄 놓은 실수는 별개로 생각해야 하며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또한 반복되는 실수들에 있어서 지탄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은 프로, 그것도 PL의 첼시 소속의 선수이며 저런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들이 어리고 폼이 안 좋고 부상이고 어쩌고를 떠나
그들이 받는 주급과 그들이 받는 성원과 응원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그들을 지탄하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경기는 결국 2:2 무승부로 끝났고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하지만 어제 경기의 수확은 쿠쿠렐라의 반등, 파머의 활용법, 무드릭의 자신감, 갤러거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제 경기로 현재의 첼시는 어렵고 복잡한 전술보다 단조롭지만 역동적인 전술이 맞는 옷이라는 걸 증명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로 어린 선수들의 전술이행능력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재능과 축구지능에서 나오는 전술이행능력 혹은 다양한 경험의 축적으로 발전한 전술이행 능력.
현재 첼시는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많으며 이들의 경험은 아직 미천하다. (재능이 없다는 게 아니다.)
이 선수들이 합을 맞춰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직력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이런 스쿼드 상태로 변칙적인 전술이나 복잡한 전술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본다.
지금까지 포체티노에 대한 비난도 많았는데 분명 단점이 있는 감독이다.
공격전술에 있어서 세부적인 디테일이 부족한 감독이란 평가 역시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 오늘 경기 지표에서 세트플레이 xG값이 0이고 지공 작업에 있어서 문제가 있긴 했다.)
그만큼 포체티노가 분명 명장급 반열에 있는 인물도 아니며 투헬 같은 변칙적인 전술가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감독에 속하는 인물이며,
어리고 역동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현재의 첼시에게 좋은 선택지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첼시는 충분한 시간을 통해 숙성되어야 하는 와인 혹은 위스키 같은 상태다.
포체티노 역시 시즌 초반의 이상한 전술을 고집한다면 모를까, 현재의 모습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일단은 잠자코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스날이 걸렸던 시간만큼 오래 걸리지 않길 빌지만
첼시 역시 아스날처럼 시간이 필요한 팀이다.
지난 경기 링크
2023.10.08 - [Chelsea/2023-24 시즌] - 2023/24 프리미어 리그 8라운드 번리 VS 첼시
2023.10.21 - [Chelsea/2023-24 시즌] - 프리뷰 - 전지적 첼시 시점 (2023-24 프리미어리그 9R 첼시 VS 아스날)
2023/24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 첼시 VS 브렌트포드 경기 리뷰 (1) | 2023.10.29 |
---|---|
프리뷰 - 전지적 첼시 시점 (2023/24 프리미어리그 10R 첼시 VS 브렌트포드) (1) | 2023.10.27 |
프리뷰 - 전지적 첼시 시점 (2023-24 프리미어리그 9R 첼시 VS 아스날) (1) | 2023.10.21 |
2023/24 프리미어 리그 8라운드 번리 VS 첼시 경기 리뷰 (1) | 2023.10.08 |
2023/24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풀럼 VS 첼시 경기 리뷰 (1) | 2023.10.03 |